펫로스, 도리 이야기

내 인생 첫 강아지

" 도리야~ 사랑해, 고맙고 보고싶다 "

2015. 10. 15. 
하룻밤 새 4번의 심정지.
결국 나의 품에서 안락사...
지금은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잘 지내고 있는지 ...

18년전,

우리 도리를 처음 만났던 때 기억이 떠오른다.

내 무릎에 앉혔을 때, 남동생이
“이 아이 죽을 때까지 책임지지 못할 거면 데려가지 말아”
라고 했었다.

강아지 인형이 숨을 쉬는 것 같았던 도리, 그렇게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끼면서 도리를 맞이했다.

청천벽력, 그리고 10년 ~

도리가 3살 때,
무릎 탈골 수술 후 마취가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도리야~” 불렀더니 눈도 못 뜨고 머리도 못 가누면서 어떻게든 내게 오려던 아이의 행동은 ’보호자로서의 책임감‘을 갖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또 뇌 수막염이라니... 일주일 안에 아이가 잘못될 수 있다는 소릴 들었다.

청천벽력...

그 뒤 단지 도리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짖으면 안된다는 사실 하나로 잘 다니던 직장을 퇴사했다. 

그리고는 10년을 더 살았다.

그저 소리만 들릴 뿐

도리가 2015년 1월쯤,
갑자기 베란다 밖에서 ’탁, 탁, 탁‘ 소리가 들려왔다.
불러도 오지않고, 그저 소리만 들릴 뿐.
그 소리는 도리가 경련을 일으키며 머리를 벽에 부딪쳐서 난 것이다.

순간 그 모습이 기괴하고 무서워서 온몸이 굳었다.

정신을 차리고 아이를 올려 안았다. 입엔 거품이... 
안간힘을 쓰는게 너무 안쓰러워 몸이 흔들리지 않도록 품에 꼭 안았다. 

뇌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내 인생에서 도리가 없어지고 혼자 남을것 같은 두려움이 밀려오면 한가지 생각밖엔 없었다. “혹시라도 도리가 잘못되면 따라 가야지”

그때, 내 마음은 벌써 죽었는지 모른다

경련이 잦아질수록 너무 무서웠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며칠째 아무것도 안 먹는 아이에게 나도 모르게 소리 지르며 “어쩌란 말이야!”하면서 바닥에 밥그릇을 내던져 버렸다.
그것을 보고 아이는 덜덜 떨고... 

도리가 아파서 하루하루 죽음을 기다리는 그때

내 마음은 벌써 죽었는지 모른다.

 “나도 힘든데...” 더 살고 싶은 희망도, 기대도 없었고. 
다만 속상한 마음을 어디 하소연하고 싶었지만... 없었다. 
주변사람들의 반응은 “강아지 한 마리 갖고 왜 저렇게...호들갑?” 나를 이해해 주는 이를 찾기 힘들었다. 

상담사인 내 자신이 내 마음을 못 다스리니... 일에 대한 자신감도 바닥. 삶에 대한 어떤 동기도 생기지 않고, 도리가 없어진 세상을 하루도 버틸 자신이 없어서 나도 주변정리를 하고 다닐 정도였다.

나와 도리가 없어지면 남겨질 물건들도 정리하면서...

어차피 올 죽음이라면 도리가 무섭지 않게 내가 버텨줘야지, 보호해 줘야지

내 굴곡진 ‘인생의 증인’인 도리의 부재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몇 달 전부터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도리가 ‘내겐 어떤 존재인지, 만약 없어진다면 내가 어떻게 될 것 같은지, 내가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상담을 받으면 받을수록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지금 현재를 잘 버티고 그냥 사는 것, 그것밖엔 어떤 방법이 없음을 인식하게 되었고 아직 살아있는 도리가 자꾸 눈치를 보니까... 미안했다.
하루하루를 이렇게 슬픔에만 쌓여 있는게 우리 둘에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 뒤 도리가 없어질 수도 있음을 수용하고는 오히려 내 감정은 차분해졌다.

“어차피 올 죽음이라면 도리가 가장 편하게, 무섭지 않게 내가 버텨줘야지, 보호해 줘야지”라는 굳은 마음이 생기니 덜 힘들었다.
예정된 이별에 앞서 매일 최대한 즐겁게 지내기 위해 노력했고, 그러면서 나의 감정과 사고도 조금은 이성을 찾게 되고 그 시간들을 즐기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어느날 도리가 갑자기 상태가 호전되어 잠시 집에 가도 된다고 했다.
그 어느 때 보다 얼마나 잘 먹던지... 
“그래, 잘 먹으니까 좀더 내 곁에 있을거야” 라는 기대를 하며, 여느 때 보다 많이 먹어서 그런지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오줌도 싸고 몽이(둘째)랑도 장난도 치고.. 얼마나 활발했는지.

 그 모습이 마지막인 것을 알지 못한 채.... 

다시 하루 만에 병원에 입원

정말 고마워~

너와 함께해서 너무 행복했어

이젠 아프지 말아라. 사랑해

중환자실에서 다른 보호자는 다 면회가 끝났지만 나만 더 도리와 함께 있어도 좋단다. 
마음 한 켠엔, 쓰다듬고 온기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지만, 뭔가 그 두려움이란 말할 수 없었다. 

밤새도록 도리는 4번의 심정지가 왔고 더 이상은 의식도 없고, 너무 힘들테니 보내줘야 할 듯 싶다고.. 
난 그때는 울지 않았다. 그냥 도리가 너무 힘드니까 편하게 해주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는 생각만 들 뿐.

내 가슴에 안겼을 때 의식없이 숨만 가쁘게 쉬고 있는 아이에게
“정말 고마워, 너와 함께해서 너무 행복했어. 이젠 아프지 말아라. 사랑해”

라는 말과 함께 안락사를 맞이했다. 

이내 아이의 숨은 멎었고. 나의 사고도 감정도 멎었다. 
다음날 도리는 펫스톤으로 내게 다시 돌아왔다.

그것을 알면

나는 도리를 통해 삶과 죽음, 그리고 남아있는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죽음과 이별 앞에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것을 아는 것.
그것을 알면 이별에 대한 두려움과 무서움, 외로움보단 지금 살아있을 때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의식이 더 또렷해진다.

반려동물은 우리들 보다 먼저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떠나는 아이들에게는 진심으로 사랑했고, 행복했고, 고마웠다는 마음을 잘 전달 할 수 있고, 남아있는 우리는 그 행복했던 기억을 가슴에 묻고 현재를 의미있게 살아내기 위해서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마음이나 사고의 전환은 떠나는 반려동물에게도 남아있는 우리들에게도 많은 상실감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도리를 가슴에 묻었지만 잊지는 않았다.

내가 정말 많이 사랑했고, 

존재만으로도 나를 위로해 주고 지켜주었던

그 자그만 가슴과 등과 콤콤한 발냄새, 동글한 눈, 날카롭게 짖었던 소리

살랑살랑 내게만 흔들던 꼬리... 

원래 이름은 ‘쇠돌이’ 아주 오래 건강하게 살라고 했지만

13년이란 짧은 생을 살다간 도리.

영원히 내 가슴에 남을 것이다.